6개월의 고민끝에 어렵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부산백양중학교 교사 하영철입니다. 직전의 학교인 연제중학교에 근무할 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모여 어렵사리 학습공간을 마련하여 무료강좌를 열게 된 것이 2002년 여름무렵이었는데 그곳이 양정청소년수련관이었습니다. 이후 올2월까지 6년여간 양정청소년수련관에서 공개모집하는 언어영역토론동아리나 연제수학반으로 선정되어 연제중 제자들과 이곳 백양중 제자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삼면이 꽉막힌 4층의 그 좁은 동아리실에서 한여름에 선풍기2대로 비지땀을 흘리며 공부하기도 했었고, 가스난로를 켤때마다 스며나오는 매케한 냄새를 맡으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도 했습니다. 그걸 보다 못한 한 분의 학부모가 지난 봄에 부산광역시청에 민원을 올리기도 했었고 급기야 냉난방시설을 자청해서 후원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해오던 중 이런 일이 생기자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여 후원문제를 상의코자 수련원에 찾아갔는데 예상밖의 일에 봉착하고 말았습니다. 올해부터 그곳이 초등학교 저소득층자녀를 위한 방과후 아카데미시설로 바뀌어있었던 것이죠. 제자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학습동아리로 5년간을 계속 사용해왔고, 올해도 선정이 되었는데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어떤 전갈도 없이 4층 동아리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수련관측에서 변경해놓은 3층 동아리실은 댄스나 무대홀옆에 있어서 도저히 학습토론이나 정숙이 필요한 수학사고력을 신장시키기가 힘든 곳이었습니다. 결국 학부모도 기증의사를 철회하는 상황이 되었고 전 학생들이 안타까웠지만 각자 집에서 공부하도록 함으로써 지난 여름을 나게 했습니다. 이 학생들이야말로 정말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학생들이고 수련관 관계자분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계실듯한 일인데 동아리활동전체가 무산이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른 실이 있기는 하지만 대실료가 필요한 곳이고 또 예전처럼 정기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는 곳이라 결국 마음의 상처만 안게 되어 버렸습니다. 겨울이 다가오자 선배가 되는 제자들 2명이 어렵게 양정청소년수련관을 찾아가 후배들의 공부방을 부탁드렸다는 얘길전해듣고는 마음이 아파 큰 스님께 이렇게 외람되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수련관때문에 지난 6년간 제 제자들이 훌륭하게 잘 자랐고 적잖은 은혜를 입었기에 그 분들에게 그저 감사하는 마음 뿐이라 이 글을 쓰는 심정도 그리 편하지가 않습니다. 제 뜻이 성장을 갈망하는 어려운 제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